|
신경숙의 일곱번째 장편소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엄마를 부탁해의 작가가 1년 반만에 새롭게 펼쳐낸 장편소설이다.
이 제목은 최승자 시인의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가지고 만든 것이라고 한다.
엄마를 부탁해에서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라면 이 소설은 청춘의 이야기를 다룬것이다.
먼저 최승자 시인의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읽어보도록 하자.
최승자 -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많은 사람들이 흘러갔다.
욕망과 욕망의 찌꺼기인 슬픔을 등에 얹고
그들은 나의 창가를 스쳐 흘러갔다.
나는 흘러가지 않았다.
나는 흘러가지 않았다.
열망과 허망을 버무려
나는 하루를 생산했고
일년을 생산했고
죽음의 월부금을 꼬박꼬박 지불했다.
그래, 끊임없이 나를 호출하는 전화벨이 울리고
나는 피해 가고 싶지 않았다.
그 구덩이에 내가 함몰된다 하더라도
나는 만져 보고 싶었다,
운명이여.
그러나 또한 끊임없이 나는 문을 닫아 걸었고
귀와 눈을 닫아 걸었다.
나는 철저한 조건반사의 기계가 되어
아침엔 밥을 부르고
저녁엔 잠을 쑤셔 넣었다.
궁창의 빈터에서 거대한 허무의 기계를 가동시키는
하늘의 키잡이 늙은 니힐리스트여,
당신인가 나인가
누가 먼저 지칠 것인가
(물론 나는 그 결과를 알고 있다.
내가 당신을 창조했다는 것까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그 전화선의 마지막 끝에 동굴 같은
썩은 늪 같은 당신의 口腔이 걸려 있었다.
어느 날 그곳으로부터 죽음은
결정적으로 나를 호명할 것이고
나는 거기에 결정적으로 응답하리라.
타들어가는 내 운명의 도화선이
당신의 썩은 口腔 안에서 폭발하리라.
삼십 년 전부터 다만 헛되이,
헛되고 헛됨을 완성하기 위하여.
늙은 니힐리스트, 당신은 피묻은 너털웃음을 한 번 날리고
그 노후의 몸으로 또다시 고요히
허무의 기계를 돌리기 시작하리라.
몇 천 년 전부터 다만 헛되이,
헛되고 헛됨을 다 이루었다고 말하기 위하여.
- 최승자 "주변인의 초상" 중
* 니힐리스트 : 허무주의자
이 시는 내가 읽기에는 좀 어렵고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 많이 있는 것 같다.
이 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그래, 끊임없이 나를 호출하는 전화벨이 울리고 나는 피해 가고 싶지 않았다.
그 구덩이에 내가 함몰된다 하더라도 나는 만져 보고 싶었다, 운명이여.
그러나 또한 끊임없이 나는 문을 닫아 걸었고 귀와 눈을 닫아 걸었다.
나는 철저한 조건반사의 기계가 되어 아침엔 밥을 부르고 저녁엔 잠을 쑤셔 넣었다.'
이 부분인데. 내가 구덩이에 함몰되더라도 운명을 만져보고 싶다는 것과
철저한 조건반사 기계가 되어 아침엔 밥을 부르고 저녁엔 잠을 쑤셔 넣었다는 말.
왠지 모르게 이런 표현은 아무나 쓸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참 시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마지막에 헛되고 헛됨을 완성하기 위하여. 이 말과 헛되고 헛됨을 이루었다고 하는 말.
자신의 몸을 기계로 표현한 것일까? 죽음을 받아드리기 위한 것일까?
이 시는 나에게는 정말 난해하고 어려운 시인 것 같다.
책소개 - Yes24 발췌.
"살아 있으라, 마지막 한 모금의 숨이 남아 있는 그 순간까지
이 세계 속에서 사랑하고 투쟁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며 살아 있으라."
『엄마를 부탁해』 그 이후, 신경숙의 신작 장편소설
청춘은 사랑의 기쁨과 상실의 아픔, 달랠 길 없는 불안과 고독의 순간들이다.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파랗게 빛나는 이 시기에, 우리는 가장 크게 웃고, 울고, 기뻐하고, 좌절하며, 사랑하고, 헤어지고, 그러면서 성장한다. 우리가 '청춘'이라고 부르는 순간은 태어나서 살고 죽는 사이에 가장 찬란한 순간. 『엄마를 부탁해』의 작가 신경숙이 이렇게 찬란한 청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장 깊이 절망하고 고민하고 상처받았기에 오히려 더욱 아름답게 빛나는 시간의 이야기말이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는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사랑하는가를 추적해가는 작품이다. 여러 개의 종소리가 동시에 울려퍼지는 젊은 우리의 초상을 그렸기에, 그 종소리가 한꺼번에 울리는 듯한 소설이기도 하다. 이 종소리가 울리는만큼 젊은 청춘들은 사랑의 기쁨만큼이나 상실의 아픔을 통과하며 세상을 향해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작가는 비극적인 시대상황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사랑과 젊음의 의미를 탐색한다. 성장소설이고 청춘소설이며 연애소설이기도 한 이 작품은, 그렇기 때문에 더 고통스러운 아름다움으로 드러난다. 지나간 시대에 대한 애틋한 초상인 동시에 새로운 시대를 맞아 새롭게 삶의 의미를 찾아나선 젊은 세대에게 바치는 연가와도 같은 작품인 것이다.
"슬픔을 딛고 사랑 가까이 가보려고 하는 사람의 마음이 읽히기를, 비관보다는 낙관 쪽에 한쪽 손가락이 가 닿게 되기를, 그리하여 이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언젠가’라는 말에 실려 있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꿈이 읽는 당신의 마음속에 새벽빛으로 번지기를" 원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작품이 전하는 푸르른 청춘의 이야기는 이 시기를 힘겹게 넘겨온 이들에게, 또한 새롭게 이 시기를 맞을 이들에게 닿아, 바로 그 자리에서 또다른 발신음이 되어 퍼져나갈 것이며, 다시 그들 자신에 의해 새롭게 씌어질 것이다.
책 중에서...
그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온 것은 팔 년 만이었다. 나는 단번에 그 목소리를 알아들었다. 수화기 저편에서 여보세요? 하는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어디야? 하고 물었다. 그가 침묵을 지켯다. 팔 년, 짧은 세월이 아니다. 한 시간 단위로 풀어놓으면 아마도 상상할 수 없는 숫자가 나올 것이다. 팔 년 만이라고 말했지만 팔 년 전에도 우리는 지금은 잊어버린 무슨 일인가로 사람들과 만나 서로 다른 곳을 보다가 헤어질 때에야 가만히 손을 잡았다가 놓았다. 그게 다였다...
팔년 전이나 지금이나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그냥 흘러가는 법 또한 없다. 팔 년 만에 전화를 걸어온 그에게 어디야? 하고 담담하게 묻는 순간, 이제 내 마음속엔 그에게 하지 못한 말들이 쌓여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아 있는 격렬한 감정을 숨기느라 잘 지내고 있는 시늉을 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정말 담담하게 그에게 어디야? 하고 묻고 있었으니까. 의문과 슬픔을 품은 채 나를 무작정 걷게 하던 그 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 쓰라린 마음들은. 혼자 있을 때면 창을 든 사냥꾼처럼 내 마음을 들쑤셔대던 아픔들은 어디로 스며들고 버려졌기에 나는 이렇게 견딜 만해졌을까. 이것이 인생인가. 시간이 쉬지 않고 흐른다는 게 안타까우면서도 다행스러운 것은 이 때문인가. 소용돌이치는 물살에 휘말려 헤어나올 길 없는 것 같았을 때 지금은 잊은 그 누군가 해줬던 말. 지금이 지나면 또 다른 시간이 온다고 했던 그 말은 이렇게 증명되기도 하나보다. 이 순간이 지나간다는 것은 가장 큰 고난의 시절을 보내고 있는 이에게나 지금 충만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 이에게나 모두 적절한 말이다. 어떤 이에게는 견딜 힘을 주고, 어떤 이에게는 겸손할 힘을 줄테니까. - 프롤로그 중
강을 건너는 사람과 강을 건너게 해주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네. 여러분은 불어난 강물을 삿대로 짚고 강을 건네주는 크리스토프이기만 한 게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세상 전체이며 창조자들이기도 해. 때로는 크리스토프였다가 때로는 아이이기도 하며 서로가 서로를 강 이편에서 저편으로 실어나르는 존재들이네. 스스로를 귀하고 소중히 여기게 -p63
- 신경숙 작가가 제일 좋아하는 구절.
* 크리스토프
에스파냐의 로마가톨릭 신학자로 로마가톨릭교회와 프로테스탄트교회의 교회일치운동을 위하여 노력하였다.
훗날의 교회일치운동에 영향을 끼쳤다.
작가가 좋아하는 구절 중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세상 전체이며 창조자이기도 서로가 서로를 강 이편에서 저편으로 실어나르는 존재들이니 스스로를 귀하고 소중히 여기게' 라는 문구가 너무 와 닿는다.
우리는 정말 우리 자신을 창조해 나가는 창조자이고 소중한 존재이니 나 자신을 귀하고 소중히 여기라는 말...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언제나 나 자신을 귀히 여기지 못하고 하찮게 여기는 것 같아서.
항상 나 자신을 또 주변 사람을 귀하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이 책에 유일한 통신수단은 전화기 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전화기. 누군가와의 소통을 말해주고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
이 통신수단 하나로 많은 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
신경숙 작가는 진정 독자들하고 소통을 하는 것을 좋아하며 문체 하나하나가 섬세한 것 같다.
이번 소설도 좋고, 앞으로도 더 좋은 글로 독자들에게 다가왔으면 한다.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소한 차이-사소한 차이로 위대한 한발짝 내딛기 (0) | 2010.07.21 |
---|---|
흐르는 강물처럼 - 파울로 코엘료 (0) | 2010.07.15 |
부러우면 지는거다 (0) | 2010.06.17 |
국화꽃 향기(세트) (0) | 2010.06.15 |
내 영혼의 햇살 (0) | 2010.0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