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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나요, 내 인생

홍이하우스 2012. 8. 31. 16:44

 

 

 

 

사진작가 최갑수씨가 찍고 글을 쓴 책 '잘 지내나요, 내 인생'

 

제목이 끌리게 되어서 읽게 되었다.

내 인생... 지금 잘 지내고 있는 것일까?

 

 

 

* 사진 출처 : yes24

 

'당신은... 당신 생에서 간절하게 돌아가고 싶은 하루를 가지고 있는지.

 만약 가지고 있다면 당신은 지금까지 잘 살아온 것이다.'

 

지치고 반복되는 날들, 일상

파이팅, 같은 건 하지 말라. 그런 거 안 했어도 우린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왔잖아.

 최선을 다하지도 말자. 그것도 하루 이틀이다.

 매일매일 죽을 힘을 다해 달리려니까 다리에 쥐난다. 지치려고 그런다.

 조금은 적당히 조금은 대충대충. 좀 걸어 보는 건 어떨까.

 걸으며 주위도 돌아보고 그러자.   --- <오늘부터는> 중에서

 

솔직하게 인정하자. 현실은 언제나 당신이 기대하는 것보다 엉망이고, 당신이 아무리 극진하게 살아도 당신의 생은 여전히 고달프고, 게다가 나아질 기미는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떠나간 사랑이 돌아올 확률은 아파트 당첨 확률보다 낮다는 사실. 당신은 아파하고 슬퍼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이 지난한 생을 견뎌 내고, 살아 내는 까닭은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식 하나쯤은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 〈겨울 바다 혹은, 삶의 리얼리티〉 중에서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을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나이. 새로운 직장을 위해 이력서를 쓰기가 쑥스러운 나이, 자신이 더 이상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나이. 따뜻한 공기가 빠져 가는 벌룬처럼 서서히 추락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는 나이. 기율과 위계 의식과 연대 의식, 이런 것들에 대해 서서히 신경을 쓰게 되는 나이. 도대체 어찌할 수 없는 편견이 서서히 쌓여 가는 나이. 하지만 상대방의 편견을 존중하기는 어려운 나이. 자신이 지워지지 않는 얼룩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나이. --- 〈서른과 마흔 사이〉 중에서

“아, 저 매화도 곧 지겠다” 당신은 이렇게 말했고, 우리는 차 밭을 거닐었다. 당신은 꽃이 만발한 매화나무 앞에 멈췄고, 때마침 바람이 불었던가. 난분분 떨어지는 매화꽃 아래에서 그만 주저앉은 채 얼굴을 감싸고 말았다. 당신은 봄 앞에서, 봄이 오는 것을 반가워하는 사람이 아니라 봄이 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 꽃 앞에서, 꽃이 피는 것을 두근거려 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는 것을 애타하는 사람. 그래서 언제나 아픈 사람.

--- 〈꽃나무 그늘 아래, 사랑을 놓고 잠시 울다〉 중에서

혼자 밥을 먹으면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강진에서 고등어조림을 먹을 때는 고등어를 유난히 좋아하시던 아버지가 떠올랐고 장흥에서 매생이국을 먹을 때는 서울살이에 힘들어 하던 한 시기를 살뜰히 챙겨준 한 선배 시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홀로 밥을 먹으며 떠오른 얼굴은 내가 보고 싶어 하고 그리워하고 고마워하는 사람들이었다. 누군가 내게 말한 적이 있다. 혼자 밥 먹을 때 떠오르는 얼굴은 아마도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고 가장 필요한 사람일 거라고.

--- 〈혼자 먹는 밥〉 중에서

누군가 내게 그런 여행은 무의미하지 않느냐고, 왜 우도까지 가서 텐트를 치고 그 텐트가 바람에 날아갈 것을 걱정해야만 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딱히 할 말이 없다. 그저 ‘그런 경험은 텐트를 가진 자만이, 우도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이니까’하고 대답할 수밖에. 하지만 그럴 때가 있다. 몸을 날려 버릴 것 같은 거센 바람 속으로 자진해서 걸어가고 싶을 때. 그건 여드름이 가득한 십대나 갓 스무 살을 넘긴 청년이나 마흔을 넘긴 아저씨나 똑같다. 우리는 인간이고,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위로가 필요하다. 그리고 위로는 ‘당신의 따뜻한 손길’에서가 아니라 때로는 난폭한 바람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니까. 
  --- 〈거센 바람 속으로 자진해서 걸어가고 싶을 때〉 중에서

 

세상의 모든 길은 당신 앞에서 시작하며 오직 당신을 위해 존재하고 있다.

당신이 지금 서 있는 이곳이 당신의 새로운 주소다. --- <당신의 새로운 주소> 중에서

 

달걀로 바위를 깨트릴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뭐, 바위로 달걀을 깨트릴 수 있다고 해도 일단 의심하게 된다. '좋아'가 아니라 '나쁘지 않아'라고 이야기 한다. 정말, 그런 걸까? 라는 생각을 먼저 하고 본다. 웬만한 위기는 거짓말로 극복할 수 있게 된다. 그랜드캐니언이나 북한산이나. 자주 아픈 게 아니라, 아픈게 회복되는 시간이 더디다. 뭔가 중요한 말을 꺼내려고 할 때는 자신도 모르는 손바닥으로 두 뺨을 문지르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에게 가슴 아픈 말을 했을 때보다 교통법규를 어겼을 때, 약속시간에 늦었을 때, 더 큰 죄책감을 느낀다. 당신은 그저 나의 습관. 이건 내 책임이 아니야. 어쩔 수 없었어. 설렘이 사라진다. 문제는 그거다.   ---<나이가 든다는 건>

 

잘 지내나요, 내 인생

우리가 죽는다면 모든 게 한 줌 먼지로 돌아간다는 건  알고 있고, 별들은 끝없이 서로 멀어지고 있고. 우린 또 어쩔 수 없이 늙어 가는 거니까. 잘 지내나요, 내 인생?

 

몸과 정신을 압도하는 완벽한 풍경 앞에서 사람들은 크게 세 가지 태도를 가지더라.

치유를 하든지 완벽하게 절망하든지 아니면 기념사진이나 찍든지. ---<세 가지 반응>

 

나는 남들보다 조금 더 이해와 오해가 필요한 사람. 나는 남들보다 조금 더 그리움이 필요한 사람.

나는 남들보다 조금 더 배려심이 없는 사람. 나는 남들보다 조금 더 행운이 필요한 사람.

나는 남들보다 조금 더 위로가 필요한 사람. 나는 남들보자 조금 더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 ---<나는 조금 더>

 

매듭이 풀어지지 않으면 풀지 마. 그냥 그대로 놔둬.

매듭 하나 때문에 우리 인생을 망칠 필요는 없잖아. ---<매듭>

 

시간은 기차처럼 지나가고, 세상은 결국 혼자서 살아가는 것이지만, 우리에겐 끝까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것이 진심이고 진실이기 때문이다. ---<자명한 사실>

 

그래도 난 당신이 좋아. 단지, 당신이니까.

 

<평생을 살아가는 이유>

여름 내내 찬란하던 자귀나무가 비로소 잎을 떨어트린 까닭은 이제는 땅이 전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위함이다.

강물이 오랜 시간을 흘러 바다에 닿는 까닭은 자신이 간직해 온 맑고 깊은 지혜를 전해 주기 위함이다.

저물 무렵의 산 그림자가 느린 걸음으로 마을로 내려오듯 오늘 나의 눈은 당신의 눈을 깊고 깊게 응시한다.

누군가를 향해 귀를 기울인다는 것. 이것은 참 아름다운 일. 그것은 생의 가장 아름다운 습관.

오늘 내가 산을 물들인 만산홍엽처럼 친절하고 처마 밑의 풍경 소리처럼 다정한 까닭은 당신을 이해시키기 위함이니, 당신 마음의 중심을 향한 그 어떤 수고도 결코 헛되거나 아깝지 않다.

 

어쩌면 우리는 그 무엇인가를 한 사람에게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 평생을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 제목이 끌려서 빌리게 되었는데, 내가 여행을 잘 안 다녀서인지 공감이 되지 않는 부분들도 있었다.

  나도 언젠가 이런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과 글, 내 생각이 담긴 에세이...

  나의 삶, 나의 생각, 나의 마음이 담긴 그런 사진과 글을 책으로 만들면 참 멋있다는 생각...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일까? 한번쯤 뒤돌아보게 된 책 '잘 지내나요, 내 인생'

  딱히 돌아가고 싶은 시절은 없지만 그래도 직장을 다니고, 소중한 사람들이 있고, 웃으며 지낼 수 있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잘 지내고 있는 것 아닐까? 소소한 행복과 일상들 속에서 잘 지내고 있다. 내 인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