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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홍이하우스 2012. 11. 6. 18:05

 

 

 

 

 

기욤뮈소의 소설은 예전부터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만 가졌는데 이번에 드디어 읽게 되었다.

도서관에 있던 책은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와 종이여자 중에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를 빌리게 되었다.

시간여행에 관련된 이야기인데 과거, 미래, 다시 과거, 미래...

그냥 대충 읽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었다.

30년 전의 엘리엇... 사랑하는 여인 일리나를 죽게 만들었던...

30년 후의 엘리엇... 사랑하는 여인 일리나를 다시 한 번 볼 수만 있다면...

 

30년 동안 간절한 그리움으로 남은 연인, 이제 그녀를 다시 만나러 간다!

죽음을 눈앞에 둔 60세의 외과의사 엘리엇이 간절히 바라는 것은 죽기 전에 사랑했던 연인 일리나를 다시 한 번 만나는 것이다. 캄보디아에 구호활동을 위해 갔다가 신비한 노인으로부터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비약을 얻게 된 엘리엇은 결국 서른 살의 자기 자신과 조우한다. 세월의 흐름 만큼이나 그들이 함께 하는 공간에는 극복할 수도 없고, 거스를 수도 없는 거리감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일치된 생각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이 사랑하는 여인 일리나의 운명을 바꾸어놓는 것이다.

마이애미에 있는 '오션월드'에서 범고래를 치료하며 쇼를 진행하는 수의사로 재직하던 일리나는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일리나가 사고로 죽기 바로 직전이 현재의 엘리엇이 과거의 그 자신과 만나는 지점이다.

캄보디아의 노인이 준 알약은 모두 열 개이며, 엘리엇에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는 열 번이 주어진다. 처음 그의 소망은 일리나를 꼭 한 번 만나보는 것이었으나 이제 그는 그녀의 비극적인 운명을 바꾸고 싶은 열망에 휩싸인다. 그러나 일리나를 살려 사랑을 지속하게 된다면 커다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20년 전 이탈리아에서 개최되는 외과학회에 참가했다가 만난 여의사와 짧은 사랑을 하게 되고, 그 결과 딸 앤지가 태어났기 때문이다. 결국 일리나를 다시 사랑하게 된다면 딸 앤지의 출생은 없던 일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이승에서 가장 이루고 싶은 소원이 무엇이오, 의사 선생?"
재치 있게 응수할 생각이었으나 피로가 몰려오는데다 느닷없이 감상에 젖게 된 의사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꼭 한 번만이라도 만나고 싶은 여자가 있습니다."
"여자라면?"
"예, 내게는 단 하나뿐인 여자죠.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했던 단 한 명의 여자."
--- p.11

 

"그럼, 당신은 누구란 말입니까?"
남자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의 두 눈에서 아주 익숙한 광채가 발산되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가 대답했다.
"나는 바로 자네라네, 엘리엇."
뒤로 한 발짝 물러난 엘리엇은 화석처럼 몸이 굳었다.
남자가 하던 말을 마무리했다.
"나는 틀림없이 자네라네. 30년 후의 모습이긴 하지만……."
'30년 후의 나라고?'
--- p.19

 

서서히 땅거미가 내리면서 가로등과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일제히 켜졌다. 머릿속이 혼란스럽게 뒤죽박죽 얽혀있었지만 그는 지난 이틀 동안 벌어진 일을 차례차례 떠올려보았다. 일리나와의 언쟁, 공항에서 만난 남자, 구하지 못한 애너벨……. '왜 항상 인생이 내 통제권 밖에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걸까? 내 인생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느낌.'--- p.54 
 

수많은 고생을 치르며 딸을 키우고 났을 때 그는 대단한 진리 한 가지를 깨달았다. 아빠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노력해서 아빠가 된다는 사실 말이다. 언제나 딸을 위해 최선의 결정을 내리려고 애쓰는 동안 어느새 그는 진정한 아빠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마흔이 되어서야 사랑 말고는 혼탁해져가는 세상을 치유할 해결책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p.123

 

"훌륭한 의사가 되었습니까?"
"자네는 이미 훌륭한 의사야, 엘리엇."
"제가 지금보다 더 강해졌습니까? 환자들의 죽음에 더러 무감각해지기도 하고, 적당한 거리도 둘 줄 아는 의사입니까?"
"아니, 자네는 절대로 환자들의 죽음에 무감각해지지 못하네. 자네가 훌륭한 의사가 될 수 있었던 건 바로 환자들과 거리를 두지 않았기 때문이라네."
--- p.155

 

 

운명적인 사랑이 정말 있을까?

사랑하는 여인 일리나를 만나려고 과거로 갔던 엘리엇과 과거의 엘리엇은 과연 행복했을까?

이 책의 제목처럼 당신이 거기 있다면, 그 곳에 살아 있기만 해도 행복했을까?

사랑하는 여인을 살리기 위해, 운명의 장난처럼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정말 사랑의 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 책이었다.

결국 미래의 일리나와 미래의 엘리엇은 다시 만났겠지...

그들의 오래도록 지난 30년 세월동안 못다 나눈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